[2026 노벨화학상] 생명은 왜 왼손잡이일까?
노벨 화학상 카강·소아이, 거울상 분자와 비대칭 합성 쉽게 이해하기
연구 노트 No.002를 펼쳐요 · 2026.10.11
2026년 노벨 화학상은 조금 철학적인 질문과 이어져 있어요.
“생명은 왜 한쪽 손만 쓸까?”
무슨 말인지, 일단 수상자부터 알아보아요!
누가 받았나요?
| 수상자 | 소속 |
|---|---|
| 앙리 카강 (Henri B. Kagan), 95세 | 프랑스 파리쉬드대 |
| 소아이 겐소 (Kenso Soai), 76세 | 일본 도쿄이과대 |
노벨위원회가 밝힌 선정 이유는 “비대칭 유기합성에서 비선형 효과와 자기촉매 작용을 발견한 공로”예요. 말이 어렵죠? 하나씩 풀어 볼게요.
분자에도 왼손과 오른손이 있어요
왼손과 오른손은 거울에 비추면 똑같이 생겼지만, 아무리 돌려도 포개지지 않아요. 분자 중에도 이런 쌍둥이가 많아요. 이런 성질을 키랄성(chirality, 손대칭성)이라고 해요.
재료도, 연결 순서도 똑같은데 생김새만 거울상이에요. 그런데 몸은 이 둘을 다르게 알아봐요.
- 카르본(carvone)이라는 분자는 한쪽은 민트 향, 다른 쪽은 캐러웨이(호밀빵 향신료) 향이 나요.
- 약도 마찬가지예요. 진통제 이부프로펜은 실제로 효과를 내는 건 한쪽 형태예요. 어떤 약은 한쪽은 약이고, 다른 쪽은 효과가 없거나 해로울 수도 있어요.
이러한 이유는 우리 몸의 수용체와 효소가 마치 오른손 장갑처럼 한쪽 손에만 맞게 생겼기 때문이에요.
생명은 한쪽 손만 써요
놀라운 사실이 있어요.
- 우리 몸의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은 거의 전부 왼손형이에요.
- DNA는 오른쪽으로 꼬인 나선이에요.
이렇게 한쪽 형태만 쓰는 성질을 호모키랄성(homo-chirality)이라고 해요. (homo는 ‘같은’이라는 뜻이에요)
그런데 화학자가 실험실에서 평범하게 이런 분자를 만들면 보통 왼손형 50 : 오른손형 50으로 섞여 나와요. 그럼 생명은 처음에 어떻게 한쪽만 고르게 됐을까요? 이건 100년 넘게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였어요.
카강의 발견: 1 + 1이 2가 아닐 때 (1986년)
화학자들은 한쪽 손만 만들기 위해 촉매(반응을 돕는 물질)도 한쪽 손 형태를 써요. 상식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촉매가 순수할수록 생성물도 순수하다. 촉매가 70% 순수하면 생성물도 그만큼만 순수하다.
카강은 이 상식이 늘 맞지는 않는다는 걸 보였어요. 어떤 반응에서는 촉매가 덜 순수해도 생성물은 그보다 훨씬 한쪽으로 쏠려서 나왔어요. 입력과 출력이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선형 효과라고 불러요.
작은 쏠림이 반응을 거치며 커질 수 있다는 첫 단서였어요.
소아이의 발견: 스스로 커지는 눈덩이 (1995년)
소아이는 한 걸음 더 나갔어요. 그가 찾은 반응에서는 만들어진 생성물이 다시 자기 자신을 만드는 촉매가 돼요. 이걸 자기촉매 작용(autocatalysis)이라고 하고, 지금은 이 반응을 소아이 반응이라고 불러요.
눈덩이를 떠올리면 쉬워요.

- 처음에 왼손형이 오른손형보다 아주 조금 많아요.
- 왼손형 생성물이 촉매가 되어 왼손형을 더 만들어요.
- 늘어난 왼손형이 또 왼손형을 만들어요.
- 반응을 몇 번 반복하면 거의 왼손형만 남아요.
아주 작은 쏠림이 저절로 거의 100%까지 커질 수 있다는 걸, 실제 화학 반응으로 처음 보여 준 거예요. 노벨위원회는 이를 두고 생명 말고는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라고 표현했어요.
왜 중요할까?
- 생명의 기원: 처음 지구에 아주 작은 쏠림만 있었어도, 이런 반응을 통해 생명이 한쪽 손만 쓰게 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해졌어요. 노벨위원회는 “호모키랄성이 저절로 생겨날 수 있다는, 100년 넘은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이라고 했어요.
- 약 만들기: 원하는 한쪽 형태만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의약품 개발에 꼭 필요해요. 미국화학회장은 “오늘날의 약들은 이 화학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어요.
정리하면
- 분자에도 왼손형, 오른손형이 있고, 몸은 둘을 다르게 알아봐요.
- 생명은 한쪽 손만 쓰는데, 왜 그렇게 됐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였어요.
- 카강은 작은 쏠림이 반응을 거치며 커질 수 있다는 걸(비선형 효과), 소아이는 생성물이 스스로를 늘리며 거의 한쪽만 남게 되는 반응(소아이 반응)을 보여 줬어요.
민트 향과 캐러웨이 향의 차이에서 생명의 기원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라니, 화학은 참 신기해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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